아기 여우 여니의 간절한 소원
여우가 된 날
“근데 엄마! 늘 궁금했는데 이 목걸이는 왜 하고 있는 거야?”
여우가 된 날
날카로운 이빨로 깨물고 앞발로 사정없이 낚아채는 모습에 여니와 주니가 입을 쩍 벌렸다.
여우가 된 날
붉은 기운이 넘치던 바닥에 다시 하얀빛이 밀물처럼 몰려와 넘실대기 시작했다.

"엄마! 소원이 진짜 이뤄질까?"
여우가 된 날
"헉! 내 얼굴, 내 발, 내 꼬리."

몸 여기저기를 훑은 손이 꼬리가 있어야 할 부위에서 멈췄다.
여우가 된 날
"내가 아는 여우야."

"핑 할아버지라고."

여니는 또다시 꿈과 현실 사이에 묶인 것처럼 멍한 얼굴로 대답했다.
여우가 된 날
"옛날 우리나라에는 붉은여우가 참 많았습니다. 그런데 갑자기 사라졌죠. 그 이유가 뭘까요?"
여우가 된 날
"우리 가족 셋이 영원히 헤어지지 않게 해달라고 빌어야겠다."
여우가 된 날
풍성한 꼬리를 따라 작은 꼬리가 이동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엄마와 주니였다.

여니는 목을 길게 빼고 오랫동안 여우 꼬리를 좇았다.
여우가 된 날
"제발, 다치지 말고 건강해야 해."
여우가 된 날
"엄마! 누나 말대로 우리 셋은 절대 헤어지지 말자!"

중요한 약속이라도 하듯 주니가 말했다.
여우가 된 날
주변은 고요했고 들려오는 건 새들의 노랫소리뿐이었다.

나뭇가지가 흔들릴 땜마다 햇살이 바닥에 일렁일렁 춤을 췄고,

그 모습은 흡사 달빛의 춤과 비슷했다.
여우가 된 날
"제발, 움직이지 마세요. 제발요. 이제 더 이상 누구도 잃고 싶지 않아요."

올무의 동그라미 안에 쏭 아저씨 발이 들어가 있었다.
여우가 된 날
"응, 괜찮아. 그냥 여우에게 홀린 날이라서 그래!"

고개를 갸웃거리는 햇살이를 보며 여니는 또 한 번 배시시 웃음을 지었다.
여우가 된 날
표지_여우가 된 날_내일을여는책